겨울 들녘 / 김혜경 지나간 계절의 흔적들로 가득 차있는 겨울이 머문 들녘 고운 망사처럼 드리운 안갯속 근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던 하늘에 아침은 오지 않았습니다 짓이겨진 가지 위 흔들거리며 동행자도 없이 빈 들을 휘몰아치던 바람 소리가 흐느끼던 나목의 울음인 것을 떨어져 묻힌 잎새를 보고야 알았습니다 사라져간 존재의 것들은 아쉬운 전설로 남아 침묵하는 겨울로 가는 길목에 서 있어 흩어진 종잇조각 같은 마음의 파편은 공허한 마음속에서 더는 다가갈 수 없는 몸부림으로 목책이 되었습니다 다시 올 아침을 기다리면서